"지긋지긋하다.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사방에서 농락당했다."
낯선 여자의 집, 한 소녀가 테이블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다. 뜨거운 냄비에서 꺼낸 금속 기구가 뱀처럼 고개를 든다. 그 기구의 이름을 정확히 명명할 수 없는 것은 소녀와 나의 부족한 의학적 지식 탓만은 아닐 것이다. 병원이 아닌, 어느 나이 든 여자의 주방에서 벌어지는 불법 낙태 시술을 설명해 주는 곳은, 그곳에서 사용하는 도구의 이름을 알려 주는 곳은 지금까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소녀의 말을 빌리자면, 빅토르 위고도, 페기도, 이런 상황을 위한 글을 쓰지 않았다. 정제된 문학은, 정제할 수 없는 사건을 만났을 때 무력해진다. 아니 에르노의 ≪세월≫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시몬 드 보부아르를 읽은 것은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 확인하는 것 외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아니 에르노의 ‘빈 옷장’은 빅토르 위고의 문학에도, 페기의 소설에도 없는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 확인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어떤 이는 불법 낙태 수술이라는 이 충격적인 장면에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고, 또 다른 이는 ‘역시 아니 에르노’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강렬한 첫 장면이 ‘충격’ 장치가 아닌, 플래시백을 여는 일종의 ‘충동’ 장치라는 사실이다. 여기서부터 소설은 과거로 내달린다.
[ 지은이 ]
아니 에르노 (Annie Ernaux)
1940년 릴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의 이브토에서 자랐다. 루앙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후, 정식 교원, 현대문학 교수 자격증을 획득했다. 1974년 ‘빈 장롱’으로 등단해 ‘자리’로 르노도상을 수상했으며, 자전적인 글쓰기와 역사, 사회를 향한 작가만의 시선을 가공이나 은유 없이 정확하게 담아내는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대표작으로는 ‘단순한 열정’, ‘사진의 용도’, ‘한 여자’, ‘부끄러움’, ‘다른 딸’ 등이 있으며, 2008년 ‘세월’로 마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수상했다.
소설, 미발표된 일기 등을 수록한 ‘삶을 쓰다’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된 최초의 생존 작가가 되었다.
옮긴이 : 신유진
파리 8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현재는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 영화제 공식 통역사로 일하고, 또 글을 쓴다. 문장 21 단편 문학상 수상으로 “세 사람”을 발표했고, 단편 “검은 빛의 도시”가 월간 토마토 단편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수상작 모음집 [지극히 당연한 여섯]과 소설 [여름의 끝, 사물들], 산문집 [열다섯 번의 낮],[열다섯 번의 밤]이 있다. 번역으로는 [사진의 용도/아니 에르노, 마크마리]가 있다.
"지긋지긋하다.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사방에서 농락당했다."
낯선 여자의 집, 한 소녀가 테이블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다. 뜨거운 냄비에서 꺼낸 금속 기구가 뱀처럼 고개를 든다. 그 기구의 이름을 정확히 명명할 수 없는 것은 소녀와 나의 부족한 의학적 지식 탓만은 아닐 것이다. 병원이 아닌, 어느 나이 든 여자의 주방에서 벌어지는 불법 낙태 시술을 설명해 주는 곳은, 그곳에서 사용하는 도구의 이름을 알려 주는 곳은 지금까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소녀의 말을 빌리자면, 빅토르 위고도, 페기도, 이런 상황을 위한 글을 쓰지 않았다. 정제된 문학은, 정제할 수 없는 사건을 만났을 때 무력해진다. 아니 에르노의 ≪세월≫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시몬 드 보부아르를 읽은 것은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 확인하는 것 외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아니 에르노의 ‘빈 옷장’은 빅토르 위고의 문학에도, 페기의 소설에도 없는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 확인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어떤 이는 불법 낙태 수술이라는 이 충격적인 장면에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고, 또 다른 이는 ‘역시 아니 에르노’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강렬한 첫 장면이 ‘충격’ 장치가 아닌, 플래시백을 여는 일종의 ‘충동’ 장치라는 사실이다. 여기서부터 소설은 과거로 내달린다.
[ 지은이 ]
아니 에르노 (Annie Ernaux)
1940년 릴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의 이브토에서 자랐다. 루앙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후, 정식 교원, 현대문학 교수 자격증을 획득했다. 1974년 ‘빈 장롱’으로 등단해 ‘자리’로 르노도상을 수상했으며, 자전적인 글쓰기와 역사, 사회를 향한 작가만의 시선을 가공이나 은유 없이 정확하게 담아내는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대표작으로는 ‘단순한 열정’, ‘사진의 용도’, ‘한 여자’, ‘부끄러움’, ‘다른 딸’ 등이 있으며, 2008년 ‘세월’로 마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수상했다.
소설, 미발표된 일기 등을 수록한 ‘삶을 쓰다’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된 최초의 생존 작가가 되었다.
옮긴이 : 신유진
파리 8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현재는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 영화제 공식 통역사로 일하고, 또 글을 쓴다. 문장 21 단편 문학상 수상으로 “세 사람”을 발표했고, 단편 “검은 빛의 도시”가 월간 토마토 단편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수상작 모음집 [지극히 당연한 여섯]과 소설 [여름의 끝, 사물들], 산문집 [열다섯 번의 낮],[열다섯 번의 밤]이 있다. 번역으로는 [사진의 용도/아니 에르노, 마크마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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