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용의 존재는 개인의 욕망이 넘어서는 안 될 경계선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그러나 개인이 국가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에 이러한 담론은 역으로 구조의 한 분자로서의 개인, ‘욕망하는 개인’이 아닌 ‘관계하는 개인’을 무시해버렸다 그래서 대한제국 정치 구조와 관계하는 이완용이 사라진 순간, 구조 속에서 비판되어야 할 것들이 자연스레 구출되었다.
” p11 머릿말
#김윤희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2020년 읽었던 꽤 많은 책 중에서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이완용 평전이었다.
북클럽이 아니면 읽어 볼 엄두조차 내지 않았을 그런 인물이었다.
어쩌면 엄두라기보다 읽을 필요가 없었을 책이었다.
이완용하면 자연스럽게 어떤 절대악 같은 이미지가 그려졌다.
개인의 욕망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그런 이미지가 그려졌다.
문제는 이 것이 실체라기보다는 이미지라는 것에 있다.
“배후에는 러시아의 강압을 이기지 못한 고종이 있었다. 그러나 고종이 외교적 갈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의중을 관철시키기 위해 늘 그러했던, 이번에는 외부대신서리 민종묵에게 은밀히 조차 허가를 지시했던 것이다. 왕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당시의 사회적 통념 속에서 절영도 조차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민종묵이 져야했다.” p.138
캐롤린 엠케가 쓴 < 혐오사회 > (2017, 다산초당)를 읽다 혐오와 증오는 상상력의 부재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공감을 한 적이 있다. 만약 친일파라는 집단을 절대악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증오해야하는 것이라면, 그건 혐오와 맞닿아 있다. 그냥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지 실제적으로 그가 어떻게 권력을 잡고 어떻게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었는지 상상하지 않았다. 옛날이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넘겨짚었을 뿐이다.
저자의 머릿말에 나오는 ‘관계하는 개인을 무시했다.’라는 말이 이 전체의 이야기를 함축한다.
북클럽에서 이 책을 선정하며 받았던 질문은 ‘과연 나라면’이었다. 내가 이완용의 위치에 관계에 있었다면 달랐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는 혼돈에 빠졌다. 실제 그가 절대악으로 이미지화 될 만한 사람인가 조차 쉽게 입을 뗄 수 없었다.
“총독부와 돈의 비호를 받았으며, 이재명의 응징과 수많은 조선인의 비난에도 요지부동하던 그 팔 수 없는 나라를 팔아 이승의 부귀영화를 누린 그의 죽음은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새로운 전환일 뿐이었다. “이제부터 받을 일, 이것이 진실로 기막하지 아니하랴”라는 말은 이완용의 죽음에 대한 저주였다. 그리고 이는 대한제국을 팔아넘긴 모든 책임을 이완용에게 떠넘기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심리적 방어이기도 했다.” p.297
그는 자신의 합리성으로 나름의 선택을 했던 인물인 듯 하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전국민의 욕받이로 확산되어가자 또 다시 합리성으로 차라리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선택을 한 것 아닐까 지례 짐작해본다. 그리고 그에게 모든 죄를 떠넘기며 누군가는 스스로 면죄부를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완용’을 써야 한다는 것에 ‘덜컥 겁이났다.’라고 고백한다. ‘그가 왜 그랬는 지 이해할 수 있어’ 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어떤 세상의 눈초리가 기다리는 지 누구나 알기 때문이었을테다.
<이완용 평전>을 읽고 생각해본다는 것은 절대 선과 절대 악을 포함한 모든 것에 ‘상상력’을 부여한다. 거기에 아슬아슬 줄타기가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언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같은 처세술 혹은 처신에 대한 최고의 자기개발서의 역할도 충분하다.
언젠가 다시 [ 이완용 vs 고종 ]으로 북클럽을 열고 싶을 만큼 지금도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다.
[ 목차 ]
발간의 글 _‘한겨레역사인물평전’을 기획하며 (정출헌|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점필재연구소 소장)
머리말 _배제된 타자의 봉인을 열다
1장 관료로 내딛은 첫발, 그 신중한 한 걸음
당돌한 아이, 명문 반가에 발 들이다|과거 급제, 고종과의 첫 만남|육영공원 입학, 신문물을 익히다|급변하는 정세 속에 결행한 미국행|서양의 눈에 비친 우리, 그 조선을 돌아보다|자못 신중한 행보, 뜻 펼칠 때를 기다리다
2장 충성스러운 신하에서 기민한 정치인으로
갑오개혁, 급박한 정치적 소용돌이 가운데서|정동파의 입각, 그리고 친일 세력의 척결|성균관 개혁과 근대적 교육기관의 설립|친미파 수장으로 정치적 도박을 시작하다|정쟁을 가르며, 축출과 제휴를 거듭하며
3장 정계의 중심에서 세상과 만나다
보수 세력과 고종의 틈바구니에서|독립협회를 중심으로 세력 결집을 시도하다|정계의 주도권 다툼, 그리고 고종의 환궁|고종과의 대립, 뒤이은 중앙 정계에서의 퇴출|러시아 견제의 배후 세력으로 재기를 노리다|상반된 평판의 기로에 서서
4장 정계 밖에서 설움을 겪다
지방의 부정부패와 민심의 이반 가운데서|정계에서 물러났으나 무시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시세를 관망하며 재기를 기다리다|정계의 혼란, 그리고 다시 찾아온 기회
5장 애국과 매국의 갈림길에서
대한제국 점령을 위한 일본의 압박이 시작되다|누구도 찬성하지 않았으나 체결된 을사조약|조약 체결의 책임은 누구에게?|합리성과 실용성을 갖춘 역적의 논리, 사회에 침윤되다
6장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친일로 나아가다
노련한 정치 편력으로 입지를 강화하다|신중한 개혁 노선의 표방, 그리고 제국의 분열|대한제국 통치권의 상징, 사법권이 일제의 손으로|정치적 위기, 칼을 맞고 쓰러지다|한 달간의 고민, 그리고 결단|의리와 매국 사이에서
7장 권력의 정점에서 지탄의 절정으로
병합의 회오리 속에서 조선 상류층의 버팀목이 되다|일본인과의 인맥 형성을 통해 구가한 화려한 시절|격렬한 저항 운동의 발발, 내선융화의 논리가 강고해지다|일상생활에 대한 이완용의 소신|‘매국노’ 이완용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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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김윤희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에서 학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근대 동아시아와 한국자본주의 관계를 탐색하는 연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국민경제론 등 경제적 질서 관념과 유교문화의 관계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 동아시아 한국자본주의』(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이완용 평전: 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한겨레출판), 『마주하는 한국사교실 7: 자주와 개혁을 외치다』(웅진주니어), 공저로는 『일제강점기 경성부민의 여가생활』(서울역사편찬원) 등이 있다.
“
이완용의 존재는 개인의 욕망이 넘어서는 안 될 경계선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그러나 개인이 국가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에 이러한 담론은 역으로 구조의 한 분자로서의 개인, ‘욕망하는 개인’이 아닌 ‘관계하는 개인’을 무시해버렸다 그래서 대한제국 정치 구조와 관계하는 이완용이 사라진 순간, 구조 속에서 비판되어야 할 것들이 자연스레 구출되었다.
” p11 머릿말
#김윤희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2020년 읽었던 꽤 많은 책 중에서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이완용 평전이었다.
북클럽이 아니면 읽어 볼 엄두조차 내지 않았을 그런 인물이었다.
어쩌면 엄두라기보다 읽을 필요가 없었을 책이었다.
이완용하면 자연스럽게 어떤 절대악 같은 이미지가 그려졌다.
개인의 욕망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그런 이미지가 그려졌다.
문제는 이 것이 실체라기보다는 이미지라는 것에 있다.
“배후에는 러시아의 강압을 이기지 못한 고종이 있었다. 그러나 고종이 외교적 갈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의중을 관철시키기 위해 늘 그러했던, 이번에는 외부대신서리 민종묵에게 은밀히 조차 허가를 지시했던 것이다. 왕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당시의 사회적 통념 속에서 절영도 조차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민종묵이 져야했다.” p.138
캐롤린 엠케가 쓴 < 혐오사회 > (2017, 다산초당)를 읽다 혐오와 증오는 상상력의 부재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공감을 한 적이 있다. 만약 친일파라는 집단을 절대악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증오해야하는 것이라면, 그건 혐오와 맞닿아 있다. 그냥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지 실제적으로 그가 어떻게 권력을 잡고 어떻게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었는지 상상하지 않았다. 옛날이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넘겨짚었을 뿐이다.
저자의 머릿말에 나오는 ‘관계하는 개인을 무시했다.’라는 말이 이 전체의 이야기를 함축한다.
북클럽에서 이 책을 선정하며 받았던 질문은 ‘과연 나라면’이었다. 내가 이완용의 위치에 관계에 있었다면 달랐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는 혼돈에 빠졌다. 실제 그가 절대악으로 이미지화 될 만한 사람인가 조차 쉽게 입을 뗄 수 없었다.
“총독부와 돈의 비호를 받았으며, 이재명의 응징과 수많은 조선인의 비난에도 요지부동하던 그 팔 수 없는 나라를 팔아 이승의 부귀영화를 누린 그의 죽음은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새로운 전환일 뿐이었다. “이제부터 받을 일, 이것이 진실로 기막하지 아니하랴”라는 말은 이완용의 죽음에 대한 저주였다. 그리고 이는 대한제국을 팔아넘긴 모든 책임을 이완용에게 떠넘기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심리적 방어이기도 했다.” p.297
그는 자신의 합리성으로 나름의 선택을 했던 인물인 듯 하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전국민의 욕받이로 확산되어가자 또 다시 합리성으로 차라리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선택을 한 것 아닐까 지례 짐작해본다. 그리고 그에게 모든 죄를 떠넘기며 누군가는 스스로 면죄부를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완용’을 써야 한다는 것에 ‘덜컥 겁이났다.’라고 고백한다. ‘그가 왜 그랬는 지 이해할 수 있어’ 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어떤 세상의 눈초리가 기다리는 지 누구나 알기 때문이었을테다.
<이완용 평전>을 읽고 생각해본다는 것은 절대 선과 절대 악을 포함한 모든 것에 ‘상상력’을 부여한다. 거기에 아슬아슬 줄타기가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언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같은 처세술 혹은 처신에 대한 최고의 자기개발서의 역할도 충분하다.
언젠가 다시 [ 이완용 vs 고종 ]으로 북클럽을 열고 싶을 만큼 지금도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다.
[ 목차 ]
발간의 글 _‘한겨레역사인물평전’을 기획하며 (정출헌|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점필재연구소 소장)
머리말 _배제된 타자의 봉인을 열다
1장 관료로 내딛은 첫발, 그 신중한 한 걸음
당돌한 아이, 명문 반가에 발 들이다|과거 급제, 고종과의 첫 만남|육영공원 입학, 신문물을 익히다|급변하는 정세 속에 결행한 미국행|서양의 눈에 비친 우리, 그 조선을 돌아보다|자못 신중한 행보, 뜻 펼칠 때를 기다리다
2장 충성스러운 신하에서 기민한 정치인으로
갑오개혁, 급박한 정치적 소용돌이 가운데서|정동파의 입각, 그리고 친일 세력의 척결|성균관 개혁과 근대적 교육기관의 설립|친미파 수장으로 정치적 도박을 시작하다|정쟁을 가르며, 축출과 제휴를 거듭하며
3장 정계의 중심에서 세상과 만나다
보수 세력과 고종의 틈바구니에서|독립협회를 중심으로 세력 결집을 시도하다|정계의 주도권 다툼, 그리고 고종의 환궁|고종과의 대립, 뒤이은 중앙 정계에서의 퇴출|러시아 견제의 배후 세력으로 재기를 노리다|상반된 평판의 기로에 서서
4장 정계 밖에서 설움을 겪다
지방의 부정부패와 민심의 이반 가운데서|정계에서 물러났으나 무시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시세를 관망하며 재기를 기다리다|정계의 혼란, 그리고 다시 찾아온 기회
5장 애국과 매국의 갈림길에서
대한제국 점령을 위한 일본의 압박이 시작되다|누구도 찬성하지 않았으나 체결된 을사조약|조약 체결의 책임은 누구에게?|합리성과 실용성을 갖춘 역적의 논리, 사회에 침윤되다
6장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친일로 나아가다
노련한 정치 편력으로 입지를 강화하다|신중한 개혁 노선의 표방, 그리고 제국의 분열|대한제국 통치권의 상징, 사법권이 일제의 손으로|정치적 위기, 칼을 맞고 쓰러지다|한 달간의 고민, 그리고 결단|의리와 매국 사이에서
7장 권력의 정점에서 지탄의 절정으로
병합의 회오리 속에서 조선 상류층의 버팀목이 되다|일본인과의 인맥 형성을 통해 구가한 화려한 시절|격렬한 저항 운동의 발발, 내선융화의 논리가 강고해지다|일상생활에 대한 이완용의 소신|‘매국노’ 이완용의 죽음
주요 저술 및 참고도서 목록|연보|찾아보기
[ 지은이 ]
김윤희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에서 학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근대 동아시아와 한국자본주의 관계를 탐색하는 연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국민경제론 등 경제적 질서 관념과 유교문화의 관계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 동아시아 한국자본주의』(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이완용 평전: 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한겨레출판), 『마주하는 한국사교실 7: 자주와 개혁을 외치다』(웅진주니어), 공저로는 『일제강점기 경성부민의 여가생활』(서울역사편찬원) 등이 있다.
: 신청 후 안내 문자는 프로그램 진행 전날, 개별 연락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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